우리엄마는 중학교 1학년이다.

 

 장녀로 태어나 밑에 남동생 둘을 데리고 어릴 때 부터 살림을 사느라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엄마가 2018년 올해 중학교에 신청해서 1학년이 된것이다. 내 기억에도 옛날부터 엄마는 항상 공부가 하고 싶다고 했던거 같은데 그 꿈을 이제 실현시키는 걸 보고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엄마의 학교는 장림에 있는 보건중고등학교이다.

이곳에 가면 엄마 연령대의 분들 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매우 다양한 동창들이 있다고 한다.

 

 하루는 엄마가 내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대뜸 이러는 것이다.

 "야 -!! 브이 하고 븨 중에서 어떤게 옳은 표현이게!?!?!?!?"

 

 당황해서 가만히 있었다.

 

 "븨지롱~~ 그것도 모르제!?!?!? 꺄하하하" 하고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냥 웃음이 나와서 허허하고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다양한 생각이 들었지만 배움의 기쁨을 표현하고 싶어 저러는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는 매일 아침 학교를 간다.

 그리고 집을 나설때 꼭 이렇게 말하고 간다.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아버지가 그러면 "네 ~" 하고 답을 해준다.

 그렇게 자기가 먹을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공부를 하러 가신다.

 

  그말이 얼마나 하고 싶었을지, 또 할머니한테 그래 다녀오너라 라는 말이 얼마나 듣고 싶었을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이해감이 마음을 휘감는다.

 

  요즘은 엄마가 평일에 학교를 다니느라 바빠 주말엔 꼭 어디가서 바람이라도 쐬던가 시내에서 영화를 보거나 커피 한잔을 하던 뭔가 놀고 싶어하신다. 예전에 우리가 그랬던거 처럼.

 우리가 학창시절에 그렇게 기를 쓰고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려고 하거나 밖에 나가고 싶어한 그 마음을 곧 이해하시지 않을까 한다. :-)

 

 엄마네 학교는 매주 5교시 수업이고 수업이 마치면 우리 처럼 칠판정리, 교실청소등 학급활동을 하고 수업을 마친다고 한다.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자주 깜빡한다고 생각한 엄마는 신발장에 엄마시간표를 붙여놓고 다닌다.

 

 조금 놀란점이 있다면 시간표 가장 아래 적혀있는 문구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마인드셋팅문구가 적혀 있다.

 만학도도 보통 만학도들이 아니다 보니 공부를 하다가도 먹고사는 문제가 생기면 며칠씩 학교를 못오는 학생들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이들에게 시간표의 이 문구가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노련한 그 선생님들의 진심에 감동받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엄마가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학과 영어는 처음이라 입에 붙지 않아 익숙해 지는 연습중이라 하셨고 선생님도 너무 잘 가르쳐 주신다고한다.

 그러다 사회과부도를 펼쳐서 선생님이 불러주는 지도를 찾는데 다들 너무 작은 글씨라 찾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또 엄마는 칠판을 볼때는 안경을 끼지만 가까운걸 볼땐 안경을 벗고 찾는데 엄마의 짝지는 칠판은 맨눈으로 책은 안경을 낀 눈으로 본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뭔가 웃겨서 명치가 간질간질했다.

얼마나 진심으로 그 공부자리에 임할까? 그리고 어릴때의 소망을 나이들어서 풀어 가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참 안심도되고 행복하다.

 

 엄마의 학교는 이년동안 방학없이 꼬박 학교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곳이라 멀지 않아 곧 중졸의 엄마를 만날거 같다. 아마 이년이 지난 후 중학교를 졸업하는 엄마가 스스로 얼마나 벅차고 감동에 못이겨 눈물을 보일지 안봐도 뻔하지만 진심으로 엄마의 학업을 응원한다.

 

 이제 소문자와 대문자를 구분하고 스스로 활용하는 재미에 푹 빠지신 한여사님께 영어 발음기호에 관해 좀 더 시달려야겠지만 말이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내가 학교다닐 때 처럼 학교가는 엄마 주머니에 간식 사드세요 하고 용돈도 드리고 싶다. :-)

 

 엄마랑 나 둘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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